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마이아트뮤지엄은 뉴욕 타임즈, 구글, 페이스북, 구찌, LG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고 뉴욕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일리야 밀스타인을 총망라하는 국내 첫 대규모 특별 기획전 《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Ilya Milstein : Memory Cabinet을 2023년 9월 20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개최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호주 멜버른에서 자랐으며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리야 밀스타인은 놀라운 디테일과 맥시멀리즘 화풍으로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경이로운 디테일에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묘한 울림을 주는 요소가 있는데, 이는 그가 뉴욕을 넘어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는 LG전자의 TV 광고를 통해 작가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더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토록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와 특유의 미시적 세계관을 탐험하며 그의 행선지를 추적한다. 극도로 자세하거나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우리들은 탄성을 내뱉기도 하고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일리야 밀스타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책장 위 기린 인형의 발에 걸려 있는 구슬 팔찌, 먹다 남은 생선 가시에 어지럽게 붙은 살점들, 보도블록 틈 사이에서 핀 잡초와 민들레 꽃, 친구의 스커트 위에 그려진 하이힐 패턴, 책 사이 끼워진 조그마한 인덱스까지 친절히 그린 작가의 작품에는 작은 것들의 존재감과 매력이 두드러진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의 압도적인 디테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고 작품 앞에 한동안 서서 그것들을 ‘보기’보다는 ‘읽게’ 만든다. 마치 16~17세기 유럽에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물건들을 전시했던 비밀의 방 분더캄머(Wunderkammer)에 들어와 수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던 중 이국적인 책 한 권을 꺼내 들어 한참 동안 읽어 내려가는 듯한 경험처럼 말이다. 이 시각적 향연은 동시에 높은 가독성을 띠고 있는데, 작가가 본인의 캐비닛을 열어 하나씩 수집품을 꺼내어 보고 즉석에서 묘사하듯 분명하고 생생한 표현을 보여준다.
캐비닛에 들어갈 만큼 작은 물건이지만 그 작은 것으로부터 관련된 수많은 기억을 소환할 수 있듯이, 일리야 밀스타인은 작은 것으로부터 세상을 읽어내며 그 경험을 감상자들에게도 선사한다. 밀스타인의 특유의 미시적 세계관은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상기시키는데, 그곳에는 감탄할 정도의 다양하고 섬세하며 이국적인 물건과 책이 곳곳에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무엇을 수집하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개인적 공간과 작품세계에는 일리야 밀스타인의 자아, 개성, 축적된 경험이 정교하게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본인의 개성과 세계관이 개인의 것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글로벌적 협업으로 수많은 이의 사랑까지 받게 된 작가의 행보에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일리야 밀스타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타인과 우리가 사는 세계로 다다르는 여정의 네 개의 섹션을 각각의 ‘캐비닛’으로 은유하여 보여준다.
2023. 9. 20 - 2024. 3. 3